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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문화

무라카미하루키 - 슬픈외국어

 

내가 외국에 자주 나간 산 까닭은
이 책을 쓰기 전에 나는 3년 간 줄곧 유럽에서 살다가 귀국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고달픈 부평초 같은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많이 지쳤고,
이젠 나도 그렇게 젊진 않아, 고국에서 편안히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귀국 1년 만에 프린스턴 대학의 초청을 받고, 다시 나는
해외 유랑의 길을 떠나, 4년 반을 미국에서 살게 됐다.
늘 외국에 살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건, 대부분의 이방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무능력한 외국인이며 바깥 세계의 스트레인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신경이 쓰이는 건 외국어에서 오는 답답함과
일종의 '슬픔'의 감정에 젖게 하는 이방의 현실 상황이다.
이 책에서 내가 진심으로 말하고 싶은 건, 자기 나라 말처럼 명백한 자명성이 결핍된
외국어에 둘러싸인 생활이 어떤 의미의 '슬픔'을 동반하지만,
나는 늘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보다 참된 그리고 순수한 내 자신에 의한 
보다 인간적인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쓰기 전에도 여행기라고 할까, 체류기라고 할 만한 책을 한 번 낸 적이 있다. <먼 북소리>라는 책인데, 나는 그 책에다 약 3년 간에 걸친 유럽 체류에 대한 얘길 썼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책에 수록된 글의 대부분은 '첫인상' 내지는 기껏해 봐야 '두 번째 인상'을 적은 것이다. 나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그 곳에 머물러 있었지만, 결국은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의 눈으로 주위 세계를 바라보았던 것으로 생각된다.